글을 쓰기 전에 밝혀둘 것은 난 경제 전문가도 아니고, 경제학을 전공하지도 않았다. 일반 시민으로서 보고 느끼는 데로 적을 뿐이다. 경제에 관한 내 글이 절대적이지도 않고, 주관적인 개인의 사견일 뿐임을 미리 밝혀둔다.

즘 경제가 심상치 않다. 코스피는 1000p를 뚫고 내려갔고, 부동산 가격도 점점 내려가고 있으며, 금리는 계속 오르고, 미국은 리먼의 파산과 AIG 및 GE등 여러 굵직한 회사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환율은 그칠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고, 여기 저기서 유학생들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어머니께서 부동산 업계에 계신데, 지금처럼 참담한 상황은 또 없었다고 하신다. 그래도 항상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위기 속에 기회를 만드시는 분이라 걱정하지는 않지만, 여간 해서 아들인 내게 어렵다는 표현을 안 하시던 분임을 감안하면 현재의 상황이 최악의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98년도의 IMF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대기업에 다니시다가 IMF의 여파로 인해 명예퇴직을 하시게 되었다. 본사의 총무부장에서 지방의 지점장으로 서울과 점점 멀리 발령을 받으시더니, 결국 부산에서의 지점장을 마지막으로 명예퇴직을 하시게 되었다. 당시 나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고, 방학이 되자 갈 곳이 없어서 친구 집에 돌아가며 머물기도 했고, 신문지를 덮고 지하철역 근처에서 노숙을 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삐삐 시절의 IMF는 내게도 차디찬 바람을 맛보게 하였던 암울했던 시기였고, 많은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버린 때이기도 했다.

이제 10년이 지난 지금 강산이라도 변해야 하는데 10년 전 그 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환율은 거침없이 오르고, 주식은 하루가 멀다하고 최저점을 기록한다. 금리가 올라서 대출자들에게는 나날이 빚만 늘어가고 있고, 그 여파로 부동산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마치 공포영화에서 무언가 확 나타나기 전에 조용한 사운드가 깔리 듯 하나씩 하나씩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 나라를 이끈다는 대통령도 IMF때보다 더 어려운 시기라고 말한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도 점쟁이라도 된 듯 제 2의IMF라는 전제를 달고 있다. TV와 신문은 물론 온 국민이 앞으로 다가올 것만 같은 10년 전 악몽을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다. 심리적으로는 극도로 불안하고 초조한 시점이다. 그리고 언론은 그런 심리를 더욱 조장하고 있다.

그리고 언론은 예상한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대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대마불사는 없다며 언론은 떠들어댄다. 외국 자본에 국내 알짜 기업들이 잠식당하고, 생활고로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사태를 말이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부도까지 예상하고 있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설령 99%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1%의 희망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죽겠다고 소리쳐도 괜찮다고 다독여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직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삼성도 건재하고, 현대도 LG도 건재하다. 옆의 나라 중국은 하루에 수십 개의 회사가 문을 닫고 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한다. 언론에서 경제의 위기를 떠들도록 만들지 않고, 국가의 지도자들은 자력갱생을 외치며 걱정하지 말라고 인민들에게 말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우리는 다 죽었다”라고 외치고 있다. 한국 축구에서는 정신력을 그렇게 요구하더니, 한국 경제에는 정신력이 전혀 없다. 해결책은 커녕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는 이유만 찾기에 바쁘다. 물론 사실은 전해주어야 한다.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데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주는 것은 안될 것이다. 그보다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오를 수 있을지, 앞으로 경제 상황이 어떻게 하면 회복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런 고민을 토대로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반드시 살아난다” 이것이 우리가 외쳐야 할 구호가 아닌가 싶다. 월드컵에서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외쳤던 것처럼 말이다. 추락하는 경제, 하지만 또 다시 IMF는 오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말해주는 대통령이, 국회의원이, 경제전문가가, 신문이, TV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 시작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심리적 절망은 이미 시작되었다.

Posted by 이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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