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마켓을 무어라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정식 대리점이 아닌 시장 물건을 통틀어 블랙마켓이라 생각한다. 나같은 경우는 리바이스 전문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했었는데 멀티샵이란 이름으로 오프매장도 운영했었다. 국내 정식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판매할 수 없지만, 병행수입한 국외의 제품은 판매할 수 있다.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브랜드 의류는 대부분 병행수입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

또한 짝퉁이라 불리우는 가품도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장의 파이가 커질수록 너도 나도 파이를 먹기위해 들어오기 때문에 사기꾼들도 덩달아 많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가품을 산 소비자는 그 브랜드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되고, 더불어 브랜드의 가치에 손상을 입히게 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런 블랙마켓을 매우 싫어하며 어떻게 해서든 막아보려 애를 쓴다.

하지만 블랙마켓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런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브랜드의 저변확대는 힘들기 때문이다. 어둠이 깊을수록 밝음이 더 빛나는 것처럼 블랙마켓이 형성될수록 브랜드의 인기는 더욱 높아진다. 리바이스를 판매하는 멀티샵들이 아무리 많은 제품을 판매한다고 해도 리바이스 정식 매장의 매출 증가액보다 높지는 않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블랙마켓은 여전히 자신들의 브랜드를 먹고 사는 기생충 정도로 생각하는 듯 하다. 그래서 박멸을 하듯 살충제를 뿌리고 법적인 제재를 가한다. 물론 불법적인 것은 사라져야 하지만, 병행수입이란 것은 합법적이기 때문에 기업이 제재를 가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멀티샵들은 브랜드를 유명하게 해주는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한정된 정식 매장 외에 게릴라식으로 많은 멀티샵들의 홍보는 최전방에서 고객과 가장 빠르게 소통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예전에 폴로와 노스페이스 등 일부 브랜드들이 블랙마켓을 완전히 차단해버린 경우가 있었다. 국내에서 판매하던 폴로와 노스페이스는 병행수입마저 금지가 되었고, 그간 그 제품을 병행수입을 판매하던 곳은 정가를 기준으로 벌금을 내기도 했다. 인터넷 쇼핑몰의 최고 인기 품목이었던 폴로와 노스페이스는 이를 계기로 그 열기가 죽었으며 결국 지금은 그 때와 비교하여 매우 낮은 브랜드 인지도 및 선호도를 갖게 되었다. 폴로와 노스페이스는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한 브랜드이긴 하지만, 국내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브랜드가 되어버림으로 그 가치를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음원이나 영화 등 저작권에 문제가 있는 것들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있다고 생각한다. mp3의 다운로드는 음악의 저변확대를 시켜주고 있다. 물론 대가를 치루지 않고 무료로 받아보는 불법적인 것에 문제가 있지만, 이것을 합법적으로 저변확대를 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들어 P2P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유통시키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같은 블랙마켓을 이용한 활동이 많이 일어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블랙마켓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독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득이 될수도 있다. 무조건 블랙마켓을 없애려만 한다면 기업은 브랜드 인지도의 승수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블랙마켓을 전략적으로 이용한다면 트랜드를 몰고 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블랙마켓을 무조건 죽일 생각부터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이용할 수 있을지를 바라보는 것이 독이 아닌 득으로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Posted by 이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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