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지만, 할 일이 너무 많아 고민인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백수도 빈둥거리기 바쁘고, 콜라를 먼저 마실까, 아니면 사이다를 먼저 마실까 고민하는 일도 쎄고 쎘다. 무엇을 할지 고민만 하는 사람은 햄릿형, 고민하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돈키호테형일 것이다.

오늘도 고민에 쌓여있다. 과연 무엇을 먼저 해야 할 것인가. 그래서 사람들은 다양한 정리법을 개발해내었고, 프랭클린 플레너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난 정리를 너무 못하고 고민만 하는 스타일이라 정리에 관해 굉장히 관심이 많고, 정리에 관한 책들은 빼놓지 않고 읽어본다.

무엇을 먼저 할까. 소중한 것을 먼저하라는 스티븐 코비의 말처럼 성공하는 사람들은 우선순위가 제대로 잡혀있기 마련이다. 각자 여러 방법들이 있겠지만, 내가 제일 잘 사용하는 방법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이거 하다 죽어도 괜찮은 일인가?

Each war is different, each war is the same
Each war is different, each war is the same by kevindooley 저작자 표시
바로 이 질문이다. 이 질문 하나면 웬만한 고민은 다 해결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난 한번 뿐인 인생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가정하에 매 순간을 감사히 여기며 살려 노력한다. 요즘 신종플루로 인해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 극에 달해 있는데, 신종플루 말고도 우리 주위에는 죽을 일에 넘쳐난다. 박용호 회장처럼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사람도 있지만, 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이 더 많다.

얼마 전 한 방송에서 꽃게를 먹다가 죽은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결혼식 장에서 죽게 되었는데, 원인은 피앙새의 친구들에게 꽃게를 사주었는데, 메너남인척 하려고 꽃게를 까 주다가 손에 찔렸고, 그것이 폐혈증으로 진행되어 죽은 사례이다. 배용준도 폐혈증에 걸리는데 잘생기건, 돈이 많건, 인기가 많건, 왕이건 모두 죽기는 매한가지다. 그것도 매우 사소한 일에 순식간에 죽게 되는 것이다.

죽음에 대해 우리는 항상 인식해야 한다. 죽음에 대해 생각할수록 삶이 더욱 드러나기 때문이다. 죽음이 있으니 삶이 있고, 삶이 있으니 죽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오히려 죽음에 대해 생각할수록 삶의 지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난 이런 질문을 던져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 한다.

오늘 나의 고민은 이렇다.
1. 아이의 50일 사진
2. 마감일이 오늘까지인 10만원짜리 글
3. 체험단 글
4. 대학원 면접 준비
5. 컴퓨터 사진 정리
6. 프로그램 설치
7. 육아 블로그 글 작성
8. 의뢰받은 기업 블로그 컨셉 설정 및 글 작성
9. 중국어 강의 듣기
10. 블로그 강의 준비

10가지만 적어보았다. 대부분 이보다 더 많은 고민들을 하고 살아갈 것이다. 하나가 해결되면 또 두개가 생기는 것이 바로 이런 고민들이 아닌가 싶다. 하루에 할일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실행해 나갈 수 있을까? 1,2,3,4 사분면으로 나눠서 중요성과 시간에 따라 분류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다. 오늘 못한 것은 내일로 연기하고, 체크를 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나는 우선 질문을 던진다. "이거 하다 죽어도 괜찮은 일인가?"

1. O
2. X
3. X
4. X
5. X
6. X
7. O
8. O
9. X
10.O

오늘의 할일은 정해졌다. 아이의 50일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바탕으로 육아블로그의 글을 작성한 다음, 기업블로그 컨셉을 잡고 글을 하나 더 쓴다. 마지막으로 블로그 강의 준비를 한다. 그래고 남은 시간이 있다면 나머지 일을 한다. 물론 남지 않더라도 오늘이 지나기 1시간 전에는 오늘 마감인 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하루종일 마감이 오늘인 것을 붙잡고 고민하다 우왕좌왕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이 방법은 인생의 진로를 정하는데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내가 사는 모습이 특이하게 보였는지, 후배들은 나에게 진로에 대한 상담을 자주 한다. 난 그 때마다 솔직히 별로 해 줄 말이 없다. 어디 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취업 준비도 해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Going Home
Going Home by Kuzeytac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그리곤 위의 질문을 던져주기만 한다. "그거 하다 죽어도 괜찮은 일인지만 생각해라" 요즘 삼팔육이다 사오정이다 하여 직장 수명이 점차 짧아지게 되면서 직장내 스트레스도 굉장히 높아졌다고 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면 결국 과로사할 확률이 높아진다. 하고 싶은 일 많이 해도 죽는 판에 하기 싫은 일 하면 더 빨리 죽지 않을까. 어떤 일이든 우선은 죽을 각오로 해야 하지만, 과연 그 일이 죽어도 괜찮을만큼 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남길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여자친구 고민도 똑같다. 결혼을 결심할 때, 혹은 사귀기로 마음 먹었을때, 이 질문 하나면 된다. "이 사람을 구하기 위해 죽어도 괜찮은 사람인가?" 물론 모든 사람을 살려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한번 뿐인 내 삶을 바쳐 죽을 수 있는 사람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생각에 부합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적어도 항상 "내가 이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사람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불화는 "이 사람은 내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에서 시작하니 말이다.
Sodertalje, Sweden 044 - Church/Iglesia
Sodertalje, Sweden 044 - Church/Iglesia by Claudio.A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우리는 가끔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남을 욕하기도 하고, 음모에 빠뜨리기도 하고, 해서는 안될 짓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죽게 되어있다. 죽음 후에 모든 것이 끝나리라는 먹튀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죽음 후에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신을 믿으라 하라고 하지 않는가. 신이 없다면 믿져야 본전인 것이고, 신이 있다면 엄청난 축복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현명한 사람은 사후를 진지하게 생각하며, 삶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삶은 그림이라 생각한다. 매 순간은 하나 하나의 붓터치이다. 생각나는데로 붓을 놀리는 것보다 완성된 그림의 모습을 상상하며  붓질 하나 하나 가장 어울리는 소중한 색으로 겸손히 칠해나가는 것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 일을 하다가 죽어도 괜찮을만한 일인가?
Posted by 이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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