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책은 마케팅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포지셔닝을 읽었습니다. 잭 트라우트와 앨 리스가 함께 공저한 포지셔닝은 진작에 읽었어야 했던 책인데 이제야 읽게 되었습니다. 포지셔닝이란 다시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것을 전략적으로 수정하는 것과 같은데요, 흔히 부자들은 돈이 가는 길목에 미리 가서 서 있는다고 하죠. 이것도 일종의 포지셔닝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사례들로 채워져 있는 포지셔닝은 방대한 자료와 사례들을 볼 수 있고, 예전에 쓰여졌던 것과 시간이 흐른 후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첨언을 통해 알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포지셔닝에서 예측한대로 잘 된 사례도 있고, 아닌 사례도 있는데, 보통은 잘 된 사례만 이야기하려 하겠지만, 포지셔닝은 모든 사례를 시간이 지난 다음 어떻게 변했는지 알려주고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컨텐츠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고 할까요?

포지셔닝이 마케팅의 기본이고 고전일텐데 아직도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굉장히 많더군요. 포지셔닝에서는 1,2,3탄과 같은 시리즈를 내지 말라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시리즈를 많이 낼 수록 혼돈스러워 하니 말이죠. 영화에서도 속편이 성공하지 못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라고 합니다. 포지셔닝을 잘못한 것이죠.

S is for... Redux
S is for... Redux by fengschwing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소비자의 입장에서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옴니아 1,2? 1,2의 차이를 확실히 모르겠죠? 아무리 설명해줘도 처음 나왔을 때 그 옴니아만 생각하게 됩니다. 소나타 1,2,3, EF, NF... 정말 헷갈립니다. 제가 타고 다니는 것도 NF인데 뭐가 어떻게 다른 지 전혀 이해가 안되죠. 치약의 대표인 페리오치약도 같은 실수를 하죠. 다양한 맛의 출현으로 다른 브랜드들에 밀리는 실정입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속편인 지붕뚫고 하이킥이 거침없이 하이킥 2로 이름을 짓지 않은 것은 포지셔닝을 제대로 이해한 사례일 것입니다. 반면 우리 결혼했어요의 경우 우결 시즌2, 시즌3를 만들어냄으로 예전의 명성은 잊혀진지 오래죠. SBS의 예능선수촌도 야심만만2를 앞에다가 걸어놓아 강호동이란 카드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결국 망하게 되었습니다.

포지셔닝에 다양한 방법과 사례들이 있지만, 잭 트라우스와 앨 리스는 마지막에 포지셔닝을 한마디로 정의합니다. 포지셔닝의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네이밍이라는 것이죠. 이름이 가장 중요하답니다. 이름은 포지셔닝의 핵샘이기도 하죠. 사례들을 자세히 보면 이름으로 인해 포지셔닝을 못한 예들이 많이 나옵니다.

포지셔닝을 보고 평소 궁금했던 내용들이 단숨에 해결되었습니다. BIZ BLOG. 이 제목이 포지셔닝으로 적당한 것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너무도 평범한 단어의 합성이기 때문이죠. 어느 정도 평범하고 어느 정도 독특해야 하는지 잘 몰랐었는데 정답은 바로 포지셔닝에 있었습니다.

포지셔닝 중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제일 뒤에 있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포지셔닝 부분인데요, 바로 이 부분에서 전기가 찌리릿~하고 왔죠.
"해볼 가치가 있는 일은 형편없이 하더라도 가치가 있는 것이다. 해볼 가치가 없는 일은 애시당초 하지 말아야 한다." p232 - 포지셔닝

Amanecer / Sunrise
Amanecer / Sunrise by Claudio.Ar (Happy 2010 to all!!!)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이 한구절에 2010년 계획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제 삶의 모토는 한번 살지 두번 사냐인데 그에 비해 그동안 너무 몸을 사렸던 것 같더군요.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었던 이유도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였고, 열심히 공부하고 일한 것도 바로 그것들을 위해서였는데 정작에 난 돈을 벌기 위해 돈에 몸을 사리고, 사회에서 잘 나가기 위해 사람에게 몸을 사리고, 권력에 업혀가기 위해 몸을 사렸습니다.

내가 꿈꿔왔던 해볼 가치가 있는 일. 10년 전부터 꿈꾸던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은 비전. 난 20년 쯤 준비하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간절히 원하면 된다는 다락방 원칙처럼 말이죠. 하지만, 10년동안 게을러서 미루어왔던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2010년의 모토는 "가치"입니다. 해볼 가치가 있는 일은 그 결과가 형편없고,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나도 손가락 쪽쪽 빨지라도 가치가 있는 것이죠. 해볼 가치가 없는 일은 애시당초 하지 말아야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다는...무엇보다 인생을 허비하고 두번 오지 않을 삶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재미있게도 마케팅 고전인 포지셔닝을 보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포지셔닝. 그건 허울뿐인 겉포장이 아니라, 어떤 것의 진정한 가치를 찾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품의 가치를 찾고, 회사의 가치를 찾고, 내 자신의 가치를 찾고 싶다면 마케팅 고전인 포지셔닝을 적극 추천합니다.
포지셔닝 - 10점
잭 트라우트 & 알 리스 지음, 안진환 옮김/을유문화사
Posted by 이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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