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책은 포지셔닝에 이어 포지셔닝의 공저자인 알 리스가 그의 딸 로라 리스와 함께 쓴 책인 마케팅 반란을 읽었습니다. 반란, 혁명, 파괴, 창조 이런 단어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아직 내 안에 열정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제목이 맘에 들어 고른 마케팅 반란. 예전에 톰 피터스의 경영 파괴표지를 너무 인상 깊게 보아서 마케팅 반란이란 제목에 유독 더 끌렸죠.

알 리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앞으로의 대세는 광고가 아니라 PR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이 2002년에 지어진 것으로 보아 지금의 상황은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결국 목표는 브랜드이죠. 어떻게 브랜드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엄청난 양의 예시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브랜드는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데, 제품의 특징과는 무관한 자극적인 예술 광고는 이제 허영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공증된 매체를 이용하여 PR을 전개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신뢰를 가져다 줄 수 있고, 그것은 곧 브랜드로 연결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PR을 통해 많은 제품을 구매하고 있죠. 선생님이 어떤 문제집이 좋다고 하면 그 문제집은 불티나듯 팔립니다. 의사가 어떤 약이 좋다고 하면 다들 그 약을 사려하죠. 신문에서 기사가 난 것이라고 하면 말 싸움은 일단락 됩니다. 이런 PR을 통해서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예들은 읽기 불편했습니다. 다양한 예는 좋긴 하지만, 아무래도 미국의 예시들이다보니 몸에 다가오지 않더군요. 또한 너무 구체적인 예들이 많아서 그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없으면 공감하기 힘든 내용이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고,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아직도 엄한 광고들이 범람하고 있죠. 기아차 광고 때 수많은 글자들이 나오고 그것들이 지워지면서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난다는 식의 내용이 있습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래서 어쩌라는 말 밖에 안나오더군요. 그 수많은 글씨는 우선 짜증을 유발하고, 허황된 광고 멘트는 귓등으로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씨, 이씨, 박씨, ... 디씨라는 광고도 도대체 뭘 광고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더군요. 전 디씨 인사이드 광고인 줄 알았습니다. 물론 주목을 끌긴 하지만, 당췌 뭘 광고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광고들이 너무나 많죠. 아마도 광고를 예술로 아는 사람들의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PR은 오히려 사기꾼들이 더 잘 써 먹습니다. 사기꾼들에게 넘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 PR의 위력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저에게도 만병통치 약의 설명을 들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약만 먹으면 모든 병이 낫는다는 것이죠. 신문에 나온 것은 당연한 것이고, 네이쳐나 뉴튼, 사이언스같은 저명한 저널들에 실린 내용을 보여주기까지 하더군요. 스크랩북에 잔뜩 담아온 것은 다름 아닌 PR 자료들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전공이 생명공학 쪽이라 너무 많은 빈틈을 보게 되어 사지 않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넘어갈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더군다나 암이나 고통스런 병에 걸린 분들은 백발백중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니 말이죠. 목숨을 가지고 사기치는거죠.

보통은 그런 자료들을 보여줄 필요도 없이 어떤 의사도 샀다더라, 어떤 교수도 사고, 정부 관련 인사도 샀다더라하면 대번에 산다고 합니다. 그만큼 PR의 파워는 큰 것이죠. 블로그 또한 그런 PR의 입장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입소문에 근거하지만, 파워블로그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살펴보면 PR의 관점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죠. 믿을만한 일반인의 말을 믿는 것이 곧 PR이니 말이죠.

알 리스의 마케팅 반란은 서점에서 후루룩 한번 훑어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책인 것 같습니다. 예시가 반이니 말이죠. 그래도 PR의 힘에 대해 알 수 있었고, 브랜드에 대한 통찰력을 주는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팅 반란! 반란은 보통 부패했을 때 하죠. 현재의 마케팅에 대해 한번 반란을 일으켜보겠습니까?

마케팅 반란 - 6점
알 리스.로라 리스 지음, 심현식 옮김, 이종혁 감수/청림출판

Posted by 이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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