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보스라는 TV프로그램이 있다. CEO가 변장을 하고 자신의 회사에 위장취업을 하여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얼마 전 한 CEO는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인터넷 쇼핑몰 CEO였던 그는 C/S팀으로 위장취업하게 되고, C/S팀 중 경력이 좀 있는 배테랑에게 배우게 된다. 그 직원은 고객에게 전화가 오자 고객에게 비아냥거리며 응대를 한다. 또한 신입직원인 CEO에게도 비아냥거리라고 가르친다. 그 CEO는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킬 뻔 할 정도로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그리고 CEO의 자리로 돌아와서는 직원 교육을 더욱 강화하기로 한다. 


얼마 전 난 아내와 함께 마트에 다녀왔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추석을 맞이하여 장을 보기 시작했다. 한참을 장을 보고 있는데 한 쪽 구석에서 직원 3명이 서서 우리를 보고 속닥인다. 

"요즘 유모차는 아래 물건을 담을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어떤 사람들은 유모차에 몰래 물건을 숨기고 가져간다니까..."

3명은 계속해서 유모차 절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였고, 그 속닥임은 딱 내게 들릴 정도의 목소리였다. 우리 유모차 밑에도 물건이 실려 있었기에 마치 우리를 보고 이야기하는 듯 했다. 또한 주위에는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기분이 너무 나빠서 직원들에게 한마디 했다. 고참 직원인 듯한 한 남자 직원이 허허 웃으며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대충 넘어가려 했다. 직원들 교육 시키는 중이었는데 절대로 우리를 두고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분 좋게 장보러 왔고 아내와 아들도 같이 있기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는 장을 보러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다. 

장을 보고 가려고 무빙워크를 타려 했다. 그런데 이번엔 카트를 옮겨놓는 남자 직원들이 무빙워크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위험하게 뛰어 내려 왔다. 그것도 경쟁을 하듯 3명이 우르르 말이다. 참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보니 직원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직무교욱에 대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직무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직무에 대한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그 직원들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트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은 시식 코너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맡은 상품들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있을 때 그 제품이 많이 팔리는 것이 자신의 성과가 되기에 더 많이 팔려고 하고, 더 친절하게 고객을 대한다. 적절한 보상이 있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카트를 정리하는 직원들에겐 카트를 몇개나 얼마나 빨리 정리하느냐가 자신들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안전은 아랑곳 하지 않고 빨리 하려는 생각에 무빙워크를 반대로 타고 내려오는 무모한 일을 저지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만약 고객의 안전과 고객이 잘 안다니는 한산한 곳을 통해서만 카트를 이동하게 교육을 시켰다면 어떠했을까. 

아기가 있는 신혼부부는 대형마트에선 구매력이 크다. 우선 간단한 아기 용품이나 장난감은 대체로 마트에서 해결한다. 또한 분유나 아이들 치즈, 요구르트, 이유식등은 어른들이 먹는 것 못지 않게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유모차와 카트를 동시에 밀수는 없다. 따라서 보통 유모차를 장바구니 삼아서 장을 보곤 한다. 물론 그런 것을 악용한 사람들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같은 상황이다. 유모차를 가지고 장을 보는 모든 고객을 도둑으로 모는 것보다, 유모차를 끌고 올수 밖에 없는 신혼부부를 위한 유아용 카트를 만들거나 유모차와 연결되는 카트를 만들었다면 어떠했을까. 

보통 회사에서는 업무가 너무 많아서 직무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하지만 직무 교육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회사의 직원들은 곧 자신의 직무에 대해 흥미를 잃어버린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직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과 직접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최전방의 직원들에겐 더 많은 무기와 정신 무장이 필요하다. 적절한 인센티브와 꾸준한 직무교육은 그대로 매출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이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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