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고스피어가 상업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우려된다는 미도리님의 글을 읽었다. 블로고스피어의 상업화 이슈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던 3년 전에도 여전히 있었던 이슈였다. 내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애드센스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에 애드센스 수익은 많이 버시는 분이 한달에 몇백만원을 벌었었고, 해외에서는 1억이 넘는 돈을 번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내 블로그를 통해 파이어폭스를 깔거나 상품을 팔았을 경우 수수료를 주는 제휴마케팅도 있었고, 내 블로그를 보고 애드센스에 가입하게 되면 가입한 사람의 수익이 100불이 넘는 순간 수익이 생기는 추천 수익도 있었다. 또한 클릭당 단가도 $2가 넘는 것이 있었을 정도로 높은 수익을 보장했다.

이에 따라 몇십, 몇백을 벌었다는 블로그 수익 포스팅을 통해 블로거 사이에서는 말들이 많았다. 블로그 상업화에 대해서 말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보다 훨씬 전부터 블로그 상업화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어 왔었다고 한다. 애드센스 이슈는 지금 결과를 보고 있어서 알겠지만, 보편적으로 블로거들이라면 다 붙이고 있고, 네이버에서는 애드포스트를, 다음에서는 애드박스를 선보이며 블로그에 광고를 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당시 우려했던 블로그의 신뢰로 인한 블로고스피어의 붕괴에 대해서는 반대로 블로그의 미디어적 영향력과 마케팅적 효용가치가 더 커졌을 뿐이다.

블로그 마케터


난 블로그 마케터이다. 블로거였다가 블로그 마케터가 되었다. 블로그를 열심히 하고 있다가 블로그 마케터가 된 것이다.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3년 전이고 블로그 마케터를 한지는 이제 1년이 되어가니 블로그를 2년간 열심히 한 끝에 블로그 마케터가 되었다. 블로그 마케터를 하게 된 이유는 블로그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내겐 획기적인 일이었다. 아무런 비용도 들이지 않고 오직 나의 지식과 경험으로만 돈을 벌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한달에 애드센스 수익이 수백만원에 달할 때도 있었으니 블로그는 내게 직업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수익 구조가 애드센스 외에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해외에는 제휴마케팅이나 다양한 스폰서 배너로 한달에 수천만원씩 버는 전업블로거들이 있었던 반면 국내에는 블로그로 돈을 벌겠다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블로그에 대해 아는 기업들도 거의 없었다

당시 많은 블로거에게 새로운 수입원을 안겨주었던 프레스블로그는 블로고스피어 안에 또 다시 블로고스피어의 상업화에 대한 이슈를 불러 일으켰다. 프레스블로그는 기존 광고 업체의 라인을 따라 광고주를 섭외하였고, 블로거에겐 3000원이라는 포스트 댓가를 가져다 주었다. 즉, 프레스블로그가 정해준 가이드대로 글을 작성하면 선착순으로 3000원씩 주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획기적인 수익 구조였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100개를 쓰면 30만원이라는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레스블로그는 윤리적인 문제를 건드리게 되었다. 당시 가이드에는 프레스블로그라는 단어가 포함되면 안되었고, 광고에 참여하고 있다는 말은 금기시했기 때문이다. 또한 가이드에 키워드를 정해주고, 그 키워드가 본문안에 꼭 들어가야 했었다. 당시 프레스블로그가 노렸던 것은 광고주에게 네이버나 다음에서 검색했을 때 3페이지 내에서 몇 페이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어필하는 것이었는데 이에 광고주들은 저렴한 가격에 광고 효과는 극대화 시킬 수 있으니 적당한 비용을 줄 수 있었고, 이에 따라 프레스블로그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블로거 중에 누군가는 이런 프레스블로그의 높은 마진에 대해 꼼꼼하게 분석하기 시작했고, 윤리적인 문제와 함께 블로거에겐 얼마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프레스블로그는 위기를 맞게 된다. 그리고 이에 대항하여 위드블로그가 자유로운 리뷰라는 모토를 가지고 틈새를 뚫고 들어왔으며 지금도 위드블로그는 클린 블로그라는 모토로 차별화를 꿰하고 있는 것이다.

블로그 마켓


블로그 마케팅 시장은 치열하다. 기존에 PR을 주로 하던 업체들이 블로그 마케팅에 뛰어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블로그의 영향력이 커지자 업체들은 블로그 마케팅을 어디서 주어들어서 하고 싶다는 요청을 하게 되었고, 대행사였던 PR업체들이 블로그 마케팅에 뛰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 업체들은 블로거가 아니었기 때문에 블로고스피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반 광고 채널과 동일하게 취급했고, 광고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돈을 주고 나오는 컨텐츠에 대한 컨트롤을 광고주가 하게 된 것이다. 블로그에게 글을 쓰게 하고 돈을 주는 것이 점차 일반화 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블로고스피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프레스블로그와 같이 광고가 아닌 것을 강조하게 되었고, 금액은 프레스블로그보다 많이 주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것이 불거져서 다시 블로그 스피어의 상업화에 대해 이슈가 생기고 있는 것 같다.

블로거


블로그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블로거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정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블로거는 누구나 될 수 있다. 광고주도 블로그를 하면 블로거가 될 수 있고, 대행업체도 블로그를 하면 블로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블로거가 되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한다. 그것도 거의 매일써야 블로거로서 영향력을 갖추게 되고 재미있게 꾸준히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블로그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에 대한 폭로? 제품에 대한 리뷰? 여행기? 일상다반사? 그 이유는 제각각이다. 단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곳이 블로그라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블로그 주제를 정할 때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정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어떤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그 동기부여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추구했던 블로그의 가능성에 따라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수익이 생겨서 쓸 수도 있고, 어떤 이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에 공감해주니 쓸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매일 수십만명의 높은 트래픽에 블로그를 운영할지도 모른다. 미디어로서의 영향력, 비즈니스의 가능성, 좋은 인맥 관계, 자기 자랑, 정보 기록등 다양한 목적과 취지로 블로그를 운영한다.

그 모든 것은 블로그 컨텐츠가 어떤 형태로든 가치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명예, 권력, 사랑, 공감등 다양한 가능성들이 컨텐츠에 대한 댓가로 나타나고 그것은 블로그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물론 수익도 그것들 중에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기업들은 그 가치를 매우 저렴하게 평가하고 있다. 효과를 측정할수 없는 기존 매체에는 엄청난 비용을 들이면서 블로그에는 일개 알바들로 생각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글을 쓰게 하고 그곳에서 놀라운 성과들을 바라면서 돈은 쥐꼬리만큼 준다. 그렇기에 블로고스피어의 상업화를 논하기 전에 우선 블로고스피어가 인정받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블로그라는 것이 독립적인 채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블로고스피어에 맞는 블로그 마케팅이 도입되어야 하는 것이다. 기업은 니즈가 있고, 계속해서 블로거들에게 구애를 해올 것이다. 이 때 알바 취급을 당하지 않으려면 블로고스피어가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다. 기업은 블로거들에게 글을 의뢰할 때 정당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또한 윤리적인 측면에서 마케팅에 참여한 것이라는 것을 밝혀야 하고 블로거가 작성한 글에 오타 및 사실 여부를 제외하고는 컨텐츠를 건드려서는 안된다.

이런 것들이 이루어졌을 때 블로고스피어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블로고스피어의 상업화에 대한 우려는 블로거들이 아무런 댓가도 받지 않고 의뢰도 받지 않고 독불장군처럼 미디어의 순수성만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는데 있지 않고 블로고스피어가 기업들에게 제대로 인정받아야 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블로그 마케터로서의 생각이다.

붕괴되고 있는 블로그 마케팅 업계


재미있는 것은 블로고스피어에 대한 정당하지 못한 대우가 결국 블로그 마케팅 업체들을 붕괴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블로고스피어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현재 블로그 마케팅에 기업들의 니즈가 있다는 것을 알자 기존에 힘들어했던 PR업체들이 대거 블로그 마케팅업체로 뛰어들기 시작했고, 기존의 PR업계에서 했던대로 단가싸움으로 바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많은 경쟁업체들이 생기게 되었고, 기업이 블로그 마케팅을 하기 위해 비딩을 시키면 비딩에서 나오는 결과는 결국 단가가 싼 곳이 선정되게 되어있다. 단가를 더 이상 후려치기 힘들면 리소스를 많이 투입하게 된다. 물건 살 때 더 이상 못 깎으면 덤이라도 얻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단가를 후려친 곳은 결국 블로거들에게 돌아갈 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게 되고, 리소스를 투입한 곳은 직원을 더 채용해야 하고 그로 인해 고정비용이 늘어나게 됨으로 역시 블로거에게 돌아갈 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게 된다.

고정비용이 늘어난 업체는 직원들이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입찰을 계속해서 따내지 못하면 비용 증가로 인해 운영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또한 가격을 후려친 곳은 블로거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고 블로거들의 컨텐츠에 대한 댓가를 점차 저렴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지금 이 시장은 이미 쇠퇴기에 들어갔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기업 사이클 중 가장 마지막 단계인 단가 싸움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윤리고 뭐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또한 그 따위로 마케팅을 진행하다보니 결국 성과도 안좋게 나오게 되고 (물론 리포트는 그럴듯 하게 쓰겠지만) 기업은 더 이상 블로그가 마케팅 채널로서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한발짝 물러서게 되면 블로그 마케팅 업계는 붕괴되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고 블로고스피어가 붕괴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피해는 블로거가 그대로 끌어안게 되어있으며 윤리적인 책임에 대한 것 또한 블로거에게 돌아오게 된다. 그것은 블로고스피어의 신뢰, 그리고 동기 부여에 타격을 입히게 되고, 점차 블로그는 애물단지로 변해가버릴 것이다.

컨텐츠의 가치


블로그 마케터를 하면서 더욱 느끼게 된 것은 컨텐츠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야말로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것이었다. 저렴하게 내 컨텐츠를 영혼을 팔아 넘기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댓가를 받고 소신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를 도와주고 기업을 이해시켜야 하는 것이 블로그 마케터의 역할이기도 하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컨텐츠를 원하고 블로거를 알바 취급하는 광고주들과는 맞짱을 뜰 수 있는 소신있는 블로그 마케터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앞으로는 더욱 컨텐츠가 인정받는 시장으로 변해갈 것이다. 모바일 시장이 부각되고, 인터넷 세상이 강화되면 될수록, 더 많은 디바이스가 생길수록 필요한 것은 컨텐츠이다. 그리고 그 컨텐츠들 중 정당한 가치를 받은 컨텐츠만이 더 큰 가치를 발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마무리


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블로고스피어는 상업화되어가고 있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이슈이다. 중요한 키워드는 상업화가 아니라 "신뢰"이다. 컨텐츠에 대한 신뢰를 지키고 그 신뢰로 인해 컨텐츠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때 블로고스피어는 또 한번 도약할 것이다.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이미 기업들의 손길은 미치고 있다. 누가 더 기업의 엉덩이를 잘 핥아주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있느냐가 가치를 가져다 줄 것이고, 건강한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 것이다.
Posted by 이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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