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블로그의 관계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난 항상 기업과 블로그의 관계가 분명 윈윈 구조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기업은 블로그의 컨텐츠에 투자하고, 블로그는 그 자본을 바탕으로 글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해서 생각해 본 것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그 생각에 많은 회의감이 든다. 그리고 기업과 블로그의 관계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도 같은 불륜이 아닐까 싶다. 

나꼼수를 들으며...
 


다른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다. 난 요즘 나는 꼼수다를 열심히 듣고 있다.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적이고 멋진 컨텐츠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컨텐츠는 바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는 컨텐츠인데, 나꼼수가 팟캐스트 세계 1위를 한 것을 보면 나꼼수만큼 도전적이고, 창의적이며, 이상적인 컨텐츠는 없는 것 같다.

1주일에 170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듣는 팟캐스트 1위, 가카 헌정 방송 나꼼수는 수입원이 없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의원이 와서 이 방송은 대체 뭘 먹고 사냐고 물었을 때, 나꼼수는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한다며 광고도 안받고 방송으로 인한 수익도 없다고 말했다. 각자가 얻는 수익은 방송, 강의, 출판으로 인한 인세가 있을 것이다. 나꼼수가 유명해질수록 나꼼수에 나오는 멤버들도 유명해질 것이고 그로 인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을지 모르겠다. 그들이 방송에 광고를 받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광고로 인해 컨텐츠가 훼손될까봐. 아니 훼손되었다고 생각되어질까봐에서 였다. 그들이 방송을 하는 이유는 신념에 의한 것이었고,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정권과 권력의 종이 되어 말을 못하게 된 매체들, 그리고 그 매체에만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말 좀 하자! 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기 위해서였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항상 갈증을 느껴야만 했던 대중들에게 해갈의 창구가 되었다. 

기업의 꼼수

기업은 컨텐츠를 훼손할까? 그건 기업 담당자의 마인드에 달려있다. 아니 기업 문화에 달려 있다고 해야 겠다. 기업은 자신에게 유리한 컨텐츠를 만들어내고 싶어한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노출시켜서 최대한의 효과를 얻으려 하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해결하려 한다.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는 명분하에 이 논리는 신뢰를 깨버리게 만들고 있다. 블로거에게 돈을 주고 컨텐츠를 만들어내게 한다고 해서 블로거가 아닌 블로커라는 오명이 블로거들에게 붙기도 했다. 기업은 블로거가 블로커로 불리든, 알바로 불리든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기업의 이윤이 창출되면 장땡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기업에 이윤을 창출하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브랜드의 측면에서 말이다. 

하지만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시간은 별로 많지 않다. 짧은 시간 안에 보고서를 올려야 하고, 결과를 내야 한다. 가시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 수치에 신경을 쓰게 되고, 내용을 컨트롤 하는데에 총력을 다한다. 그것이 그들의 밥줄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블로거가 블로커가 되든, 블로고스피어가 망하든말든 신경쓰지 않는 것이다.

블로그로 뽑아먹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뽑아먹자는 것이 그들의 마음이다. 베비로즈 사건 이후 기업이 달라진 점이 있다. 우선 컨텐츠를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케팅팀에서 PR팀으로 블로그 관련 일들을 모두 옮기고 있다. 삼성의 블루로거도 그렇고, LG전자의 더블로거는 이미 PR팀에서 담당하고 있었다. 많은 기업에서 PR팀으로 이관하고 있고, PR팀은 자신들은 마케팅팀과 다르기 때문에 컨텐츠에 손을 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컨텐츠에 대한 비용도 주지 않는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블로그와 기업이 제대로 윈윈하려면 기업은 블로거에게 컨텐츠 생산 비용을 주는 것으로 시작하여야 하고, 그것은 컨텐츠에 대한 어떤 권리도 없음을 의미한다. 기업은 자신의 제품을 블로그의 컨텐츠를 통해 노출시키고, 블로거는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물질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다. 블로거는 컨텐츠 생산자로서 컨텐츠 생산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받게 되어야 컨텐츠도 지켜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운영도 지속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아주 암울하게 돌아가고 있다. 기업은 PR팀으로 옮기면서 블로거에게 제품을 리뷰하라고 준다. 그리고 정해진 수의 컨텐츠를 생산하게 한다. 그리고 그 컨텐츠를 컨트롤 하려 한다. 예전에 마케팅팀에서 할 때와 똑같다. 다만 컨텐츠 비용조차 지불하지 않게 된 것이다. 블로거 입장에서는 컨텐츠 생산비용이 제로가 된 것이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것이다. 반대의 경우를 기대했지만, 지금의 상황은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컨텐츠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컨텐츠를 컨트롤하려 하고, 조금이라도 비판하는 글이 블로고스피어에서 떠돌아다니면 악플을 다는 알바로 전락하고 말았다.

블로거의 악수


블로거는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 블로고스피어에 자본이 들어오자 융합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에 눈이 먼 사람들이 우후죽순으로 유입되고 있다. 홈페이지가 신뢰를 잃어서 사람들은 카페로 향했고, 카페가 상업화되어 신뢰를 잃자 지식인으로 향했다. 지식인이 상업화되며 신뢰를 잃자 블로그로 향했으나 이젠 블로그도 상업화가 되어 버렸다. SNS가 대안이 될까 싶었지만, 트위터는 이미 온갖 광고에 몸살을 앓고 있고, 페이스북도 점차 알수 없는 친구들이 생기고 있다. 카카오톡 같은 메세징 서비스마저 스팸으로 물들게 되었으니 이미 블로그는 대안이 될 수 없는 플랫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느새 블로거는 기업의 나팔수가 되어 선전하는데에 앞장을 서게 되었고, 물어뜯는 개가 되어 버렸다. 블로고스피어는 진정성을 잃고 시장성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기업은 이제 블로그에 마케팅 비용을 쓸 이유가 사라졌다. 효과가 점점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자신들이 써 달라는대로 글을 써 주는 알바생이 되었고, 그나마 돈도 주지 않아도 되기에 쉽게 쓰고 쉽게 버리게 될 것이다. 계속해서 블로거의 가치는 낮아지게 될 것이고,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블로거들은 기업을 빨아주는 글을 써대다가 결국 롱테일 법칙에 의해 시간이 흐를수록 브랜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될 것이고, 이에 대한 예산은 아예 책정하지 않게 될 것이다. 블로거도 블로고스피어를 떠나면 그만이긴 하지만 말이다. 

컨텐츠는 살아남는다. 

나꼼수를 보면서 블로고스피어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나꼼수에 블로거의 미래가 달려있다. 컨텐츠는 살아있고, 대중은 블로커의 나팔수 컨텐츠가 아닌 진정성이 있는 컨텐츠에 관심을 던져줄 것이다. 그러려면 지금의 네이버 검색과 다음 뷰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즉, 프레임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기업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하고, 포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서 대중의 관심을 받아야 한다. 과연 그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싶었지만, 나꼼수는 멋지게 보여주었다. 팟캐스트에서 전세계 1위. 

나꼼수 컨텐츠의 파급력은 막강하다. 목요일 오전만 되면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나꼼수에 대한 글로 도배가 되고, 여전히 키워드 작업으로 낚는 낚시 블로거들이 많지만 나꼼수에 대해서 많은 컨텐츠를 블로거들이 생산해낸다.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나꼼수의 새로운 편을 기다리고 다운을 받으며 듣고 나서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시사 뉴스를 도배한다. 정치에 대해서 전혀 무관심했던 나는 나꼼수 덕분에 정치에 대해서 배웠으며 지금도 나꼼수 멤버들이 쓴 책들을 사서 열심히 읽으며 정치 뉴스를 관심있게 보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번 나오는 컨텐츠인데 그 일주일만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 동안 나온 방송을 한번 듣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듣게 된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 나꼼수를 듣는 사람은 대부분 여러 번 들으며 나꼼수를 외우다시피 하고 있었다. 제일 많이 반복해서 듣는 사람은 회당 10회씩 반복해서 들었다는 말도 들었다. 

나꼼수에 대해서 이번 23회 홍준표 의원 출연편에서 발행이 발표한 시간보다 하루 정도 늦어졌다.그 사이에 한나라당에서 편집 요구가 있었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 때 나온 여론은 나꼼수가 1분이라도 편집하면 나꼼수를 안듣겠다는 반응이었다. 굉장한 반응 아닌가. 그것이 나꼼수의 힘이고 영향력이다. 그리고 기대에 부응하며 나꼼수는 편집하지 않고 모두 내 보냈다. 모래시계의 OST와 함께...

위기는 기회다. 

기업과 블로거의 관계. 이 관계를 풀수 있는 유일한 길은 블로거가 기업에서 분리되는 것이다. 탈기업화가 되어야 한다. 기업은 블로그를 직접 운영해야 하며 최대한 진솔한 이야기로 풀어나가면 득이 될 것이고, 조금이라도 빠는 이야기로 풀어간다면 독이 될 것이다. 블로그 마케팅 대행사들은 망하게 될 것이다. 다시 PR업무로 돌아갈 가능성이 가장 높고, PR업계에서 오지 않은 신생 블로그 마케팅 업체라면 이제 그만 접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파이를 키웠어야 했는데 너무나 작은 파이에 서로 난도질을 해 놓아서 이제 이 시장은 매력이 없다. 리포트의 양은 더욱 많아졌고, 경쟁은 심해져서 단가는 낮아졌다. 안그래도 경쟁으로 낮아진 단가인데, 블로그에게 줄 컨텐츠 비용도 사라지다보니 더 낮은 단가가 되어 버려 인건비도 안나오게 생겼다. 일은 많아지고 매출은 낮아지고...답은 나온 것이다. 


내가 다니던 전 직장인 TNM에선 커리라는 서비스를 내 놓았다. 블로거들이 직접 검증된 블로거들의 글을 큐레이션을 하여 분야별로 정제된 컨텐츠를 소개하는 것이다. 다음 뷰의 편파적인 편집도 없고, 네이버의 검색 때문에 검색어 나열을 하지 않아도 된다. 새로운 플렛폼에서 컨텐츠를 더욱 자유롭게 생산해낼 수 있고, 그것은 기업과 이상적인 관계 형성도 가능하게 설계되었다. 기업은 컨텐츠에 절대로 손을 댈 수 없지만, 컨텐츠에 대한 비용을 후원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곳에서 나오는 수익은 블로거와 편집자 그리고 플렛폼 제공자 모두에게 수익이 돌아가게 된다. 

이 외에도 블로거가 컨텐츠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나꼼수가 보여주었듯 팟캐스트를 운영해보는 것은 어떨까? 동영상을 제작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블로거와 기업의 관계에선 이제 희망을 볼 수 없다. 기업의 밖으로 나와야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업 블로그 담당자님들께...

먹고 살기 힘들죠? 위에선 결과물 내놓으라 쪼아대고 블로거 중 일부는 말도 안듣고,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니 말이죠. 블로그로 브랜딩을 하겠다는 마인드가 아니면 기업 블로그를 운영하기 힘들겁니다. 회사가 그저 그런 브랜드면 그냥 하던데로 하시고, 나름 자부심이 있는 브랜드라면 브랜딩을 위해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자신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한다면 당당히 밀고 나가세요. 자신없다면 괜히 블로거들 시켜서 글 쓰게 하고 비판글에 가서 악플달게 하고, 지식인, 카페에 퍼 나르거나 스크랩으로 도배하거나 하지 말고 그냥 블로그 마케팅을 없에버리기 바랍니다. 그것이 기업도 살고, 블로고스피어도 사는 길이니 말이죠. 

특히 LG, 삼성. 이렇게 할바엔 그냥 없에버리시죠! 시바! (* 여기서 시바는 욕이 아니라 흰두교의 신 시바를 의미합니다. 오마이갓과 같은 추임새인거죠)
Posted by 이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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