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IT블로거가 갤럭시S2의 단점을 지적하자 제일기획에서 그 글을 차단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 후에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과의 커뮤니케이션 미스라고 밝히고 블로거와 IT블로그가 함께하는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함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이 사건은 블로고스피어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고, 또한 나아가 일반 블로그 마케팅 담당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일에 대해 쭉 지켜본 결과 두가기 쟁점이 나왔다. 기업이 블로거를 바라보는 자세와 파워블로그라는 단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 두가지를 살펴보면 블로거와 기업의 관계에 대한 문제점이 좀 더 자세히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1. 기업이 블로거를 바라보는 자세 

Look after the pennies and the pounds will look after themselves
Look after the pennies and the pounds will look after themselves by Mukumbura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기업 담당자들은 블로거가 누군지, 블로그가 뭔지 잘 모른다. 그냥 위에서 시키니까 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 같다. 또한 기업 담당자가 블로그를 알기도 힘들다.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일정 시간동안 블로고스피어에서 헤엄쳐보지 않는 이상은 블로그를 알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담당자들은 그저 마케팅에 집착해서 블로그를 하나의 광고판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일이 터진 제일기획의 경우도 마찬가져였을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시키지는 않았겠지만, 지레 겁을 먹고 명예훼손으로 블라인드를 했을 것이다. 급한 불 부터 꺼야 하니 말이다. 그 일로 인해 모든 화살은 제일기획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블로고스피어에 대한 약간의 이해만 있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말이다.

여기서 제일기획의 마인드가 드러난다. 세상의 모든 글을 제일기획에서 컨트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마케팅이라 굳게 믿고 있기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나 또한 이런 일을 몇번 당해보았다. 방송, 연예 쪽을 쓰다보니 연예인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한 것을 가지고 명예훼손으로 블라인드 처리를 하는 경우를 당해보았는데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소속사 쪽에서는 자신들이 언론을 컨트롤하려고 그런 조치를 취했지만 오히려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사과문을 보내며 일단락을 짓게 된다.

블로거로 있다가 블로그 마케팅 회사에 입사해서 처음 겪게 된 문화 충격은 대단했다. 그 당시 써 둔 글을 지금 읽어봐도 당시 일이 참 어처구니가 없다.

[블로그 마케팅/기업블로그 분석] - 블로거가 알바생인가? 한심한 작태의 광고주들 

그 이후에도 기업들의 어처구니 없는 마인드로 인해 많이 부딪혔고, 한건 크게 하고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회사에 더 이상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기업들이 블로거를 바라보는 마인드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보통 기업은 대행사와 계약을 하게 된다. 대행사는 블로거를 섭외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대행사를 완전한 "을"로 본다. 사회에서 갑과 을의 관계는 직장인의 고충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심하게 말해서 갑은 을을 자신의 종 쯤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을은 갑을 위해 24시간 대기하고, 갑이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하게 된다. 이것이 대행사들의 현실이다. 이 대행사가 섭외한 블로거이기에 기업은 을의 또 다른 을, 즉 병 정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굳이 계약관계로 따진다면 대행사와 블로거의 관계는 블로거가 갑이다. 대행사는 낀 입장이고, 기업과 블로거는 동등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세상이 아직도 종속관계로 가는 것이 웃기는 일이긴 하다. 기업이건 대행사건 블로거건 모두 인격이 있고 사람이기에 비즈니스 이전에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태도와 예의가 있을텐데 사람 아래 사람 있는 것처럼 대하는 안하무인격 마인드가 결국 이런 사단을 만들어내고 만 것이다. 기업은 블로거를 하나의 파트너로 대해야 할 것이며, 친구로 여겨야 할 것이다. 대화하고 소통함으로 그 관계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블로거가 쓴 글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기업이 블로거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해줄 수는 있다. 또한 기업이 요즘 밀고 있는 마케팅 전략이 어떤 것이라는 것에 대한 설명이나 제품에 대한 이해를 시켜줄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을 듣고 블로거가 쓴 글을 컨트롤 하겠다는 생각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블로거들이 쓴 글을 광고주는 빨간펜으로 쫙쫙 그어가며 자신들이 적어준데로 쓰길 원한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냐고 하겠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고 있다.

2. 파워블로그라는 단어

파워블로그? 너 힘 좀 쓰니?


파워블로그. 이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블로그가 처음 생겨난 것은 롱테일에서 시작되었다. 이해가 쉽게 하면 풀뿌리에서 시작된 것이다. 블로고스피어가 파워풀한 것이지 블로거들 사이에서 누가 파워있고 없고는 있어서는 안될 개념인 것이다. 그런데 네이버는 파워블로그에 대한 블로고스피어에서 논란이 있을 때 냉큼 파워블로그를 가져다가 써 버렸다. 그리고 지금 기업들이건 일반인들이건 블로거건 파워블로그가 되고 싶어서 안달이 나게 되었다. 

블로거 사이에 파워가 존재할 수 있을까? 기존 권력을 깨던 세력인 블로그가 다시 그 안에서 권력을 쌓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영향력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 파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서 파워블로그의 문제가 발생한다.

파워블로그 뱃지를 달고 나서 자신이 진짜 파워가 있는 줄 아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되고, 정치인같은 포스를 풍기기 시작한다. 모든 일이 어그러지는 단계인 것이다. 이들이 자신이 권력과 권세가 있는 줄 아는 이유는 키워드를 선점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방문객이 많거나 자신이 키워드의 상위에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진짜 권력을 갖게 된 줄 착각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생각이 멈추면 다행이지만, 때로 협박하는 경우가 있다. 기업을 상대로 협박하는 일 말이다. 자신이 키워드를 잡고 있고, 방문객이 많으니 내 말을 들으라는 어처구니 없는 마인드가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블로거들끼리 세력을 형성한다면? 그리고 기업을 공격한다면? 이는 블로거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노출시킨다는 것과 또 다른 이슈이다. 자신의 세력을 자랑하고 선보이며 기업의 약한 아킬레스를 건드리는 일은 블로고스피어 전체의 신뢰도를 낮추게 된다. 하는 짓이 양아치와 다를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즉, 기업은 블로고스피어를 하나의 양아치 무리로 보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블로고스피어에 파워블로그는 있어선 안된다. 사람 위에 사람 없듯, 블로거 위에 블로거 없는 것이다. 사람 위에 군림한 사람의 말로가 공허하고 비참하듯, 블로거 위에 군림한 블로거 또한 그 말로가 공허하고 비참해지게 될 것이다. 다시 이야기를 꺼내자면 기업과 대행사와 블로거는 파트너여야 한다. 그런 마인드가 있어야 블로고스피어가 발전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런 건 없다. 블로고스피어의 자정능력을 믿는 수 밖에는 없다. 블로고스피어는 더욱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고, 서로 존중해주는 관계가 지속되어야 한다. 이것은 블로고스피어의 자정능력 안에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오염된 물이 자정되는데 시간이 걸리듯, 이런 삐걱거림이 고쳐지는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그러나 자정이 될 때도 수많은 돌들 사이 사이로 물이 흘러야 하듯, 많은 블로거들이 이런 사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포스트로 쓰고, 나누고, 토론을 이루어나가야 자정능력이 생기게 될 것이다. 

갤럭시S2 사태는 곪아버린 블로고스피어이 터져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일로 인해 블로고스피어 안에 자정능력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또한 기업들이 블로거를 바라보는 자세가 바뀌는 계기도 되었을 것이다.

발아점: 미도리님(@midorijung)의 블로거를 돈으로 사지 말고 대화를 시도하라 
Posted by 이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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