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 사람들의 마녀 사냥이 시작되었다. 언론은 안그래도 눈앳가시였던 블로고스피어를 까대기에 바쁘다. 조만간 소비자고발에서도 나올테고, KBS 뉴스에서도 베비로즈 사건을 다루면서 전체 블로고스피어를 범법자로 몰아갔다. 문제의 발단은 베비로즈가 판매한 제품이 문제가 생기고 나서이다. 이미 수천개를 공동구매로 판매한 베비로즈는 제품에 이상이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도 이에 대해 미적지근하게 대응했다. 그리고 글을 하나 남긴 것이 발단이 되었다. 수억원대의 수익. 월 수익이 수억원대라는 것이 보고도 믿겨지지는 않았지만, 블로고스피어의 영향력에 대해 놀라게 되었다. 하지만 베비로즈는 많은 수익에 비해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무자료로 공동구매를 진행했고, 결국 세금을 탈세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국세청이 나서서 세무조사까지 들어갔다. 이와 더불어 비슷한 형식의 공동구매를 진행하던 다른 블로거분들까지 줄줄이 비엔나 소세지처럼 엮여들어가 마녀사냥을 하기 시작했다. 

이 일은 점차 확산되며 마케팅 컨텐츠를 작성하고 컨텐츠 비용을 받는 블로거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게 되었다. 확실히 문제는 있었다. 그렇게 강조하던 가이드라인. 그것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고와 광고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가이드를 지키지 않았기에 어뷰징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블로그가 의뢰를 받고 컨텐츠를 작성하는 것은 블로거의 정당한 권리이다. 오히려 무단으로 블로거들의 글을 가져다 쓰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이 있다.

1. 광고글임을 명시하여 구독자가 혼돈이 없게 해야 한다.
2. 컨텐츠의 내용에 대해 터치하지 말아야 한다.

(참고: 블로그 산업협회_소셜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활동 가이드라인 및 협회 10대 준수사항 재공지의 건 :http://www.bbakorea.org/104)

더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두가지였다. 광고주들은 광고가 아닌 것처럼 해야 광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착각했고, 이런 후폭풍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갤럭시S2사건의 주요 포커스였던 컨텐츠 내용을 컨트롤 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컨텐츠 제작 비용이지 대필작가 비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갤럭시S2사건은 이상하게 블로거에게 돈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버렸지만 그 사건의 핵심은 인터넷의 모든 글을 컨트롤 하려 했던 광고 대행사의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베비로즈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나아가 카페 공동구매건도 건드리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공동구매의 원조는 카페 아니던가. 잘 만든 카페 하나 억대연봉자 부럽지 않다는 말이 돌 정도로 커뮤니티나 카페에서 성행하고 있는 공동구매는 베비로즈 사건의 원조격이다. 그들이 사업자를 두고 세금 내가며 정당하게 하고 있을까? 이는 점점 확대되어 각종 동호회나 동창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동구매로까지 나아갔고, 지식인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도 나돌기 시작한다.  카페, 블로그, 지식인... 결국 포탈에게 또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포탈에서 진행하고 있는 키워드 광고 및 배너 광고의 가격을 알면 까무라칠 것이다. 시간당 수천만을 호가하는 포탈의 광고들. 그 때문에 죽어나가는 영세업체들.. 포탈의 마케팅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가 다시 화살은 언론에게 돌아섰다. 포탈 메인에 띄워주겠다는 암묵적인 거래로 한번 띄워주는데 수천만원을 받고 올려준다는 이야기와 각종 성인광고로 도배된 언론사 홈페이지부터 시작하여 마우스를 따라다니며 미스 클릭을 유도하는 리얼 클릭 광고들까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방송사들의 PPL부터 광고까지 이 논란은 점점 더 확대되어가고 있다. 

베비로즈 사건이 마케팅의 모든 뿌리를 뒤 흔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모양새로 봐서는 이 사건은 결국 정치적 이슈로 번질 것으로 생각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 결정은 수요와 공급에서 결정된다.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마케팅은 이것을 활용한다. 수요가 많아지게 하는 것이다. 즉, 가격을 높여 가치를 만들어낸다. 역세권 아파트가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기 때문이며, 방송사가 시청률에 집착하는 이유도 광고비용을 높히기 위해서다. 언론사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낚시 기사를 쓰는 이유도 트래픽을 몰리게 하여 광고 비용을 높히기 위해서이며, 블로거들도 이 트래픽이 몰리다보니 가치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이슈는 이것을 부정하고 있다. 마케팅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곧 정치적인 이슈로 변질될 우려가 굉장히 높다고 판단한다.

문제의 원인은?

그렇다면 이번 베비로즈 사건의 핵심은 무엇일까?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핵심은 블로거가 돈을 많이 번다!가 아니라 정당하게 돈을 버느냐, 부정하게 돈을 버느냐에 있다. 사람들이 격분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현재 사회는 부정부패가 득실거리고 이에 대해 정의를 찾기 위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즉, 정의란 무엇인가?가 히트를 친 것과 이번 베비로즈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베비로즈가 정당한 사업자로서 등록을 하고, 구독자들에게 공동구매를 통해 수익을 거둔다는 것을 명시했다면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을 것이다. 도매업자들도, 유통업자들도 모두 중간 판매상들이다. 보험설계사도, 프렌차이즈도 모두 수수료를 받는다. 블로거를 브로커로 몰고가는 것은 블로거들에겐 너무도 억울한 일이다. 베비로즈의 경우는 수익에 대해 신고를 하지 않았고, 거래 내역이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어떻게 하면 정당하게 돈을 벌 수 있는지에 대해 건전한 마케팅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집중되어야 하고 마무리 되어야 한다. 블로그가 어떻게 하면 정당하게 컨텐츠에 대한 댓가를 받을 수 있는지, 구독자들이 이렇게 생성된 컨텐츠를 어떻게 분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가 제시되어야 한다.

블로고스피어에 독일까, 약일까?

이번 베비로즈 사태는 블로고스피어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블로고스피어를 한단계 판올림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블로그란 무엇인가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블로그는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 블로그는 미디어가 아니다. 블로그는 일기장도 아니다. 그럼 무엇일까? 블로그는 돈벌이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블로그는 미디어도 될 수 있다. 블로그는 일기장이 될 수도 있다. 즉, 블로그는 마술봉과 같다. 내가 만들고 싶은데로 만들 수 있는 툴인 것이다. 블로그는 자신을 표현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다. 언론이 가진 권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대안언론이기도 하고, 높은 키워드 광고비용 때문에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무일푼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대학생들에겐 취업을 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로 만들 수도 있다. 나 또한 블로그로 취직을 했고, 블로그로 창업을 했다. 블로그는 자신의 꿈을 이뤄주는 공간인 것이다. 

이번 사건은 블로고스피어를 이런 고민으로 다시 빠져들게 만들 것이고, 제대로 된 블로그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더불어 블로그를 미디어로 활용하는 사람들에겐 미디어로서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일 것이고,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정당하게 마케팅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이루어질 것이다.

실은 이번 사건이 처음 있는 사건은 아니다. 이미 해외에선 진행되었던 문제들이었다. 그리고 뒤늦게 국내에서 이런 일이 터지게 된 것이다. 해외에서는 법으로 가이드를 만들었다. 광고와 광고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문구를 반드시 넣어야 하는 등의 가이드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나서 블로고스피어가 망했을까? 아니 그 반대다. 블로고스피어의 수익은 더욱 커졌으며, 정당한 수익구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미디어적인 영향력도 더 커졌다. 허핑턴포스트같은 언론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각종 무브먼트들도 이루어지고 있고, 이는 SNS의 발달로 인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사건을 통해 언론은 블로고스피어를 마녀사냥으로 찍어내리고 있지만, 그것은 부매랑이 되어 기성 언론에 메스가 되어 돌아갈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블로고스피어 안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잃었던 블로고스피어의 정화작용이 스스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그동안 만연했던 잘못된 점들을 솎아내고 초심의 블로그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들이 있다. 더불어 블로그 마케팅에 있어서도 기업들의 기존 생각들이 변하고 있다. 파워블로거들만 섭외하려고 했던 모습도 사라지고 있고, 컨텐츠를 자신의 마음대로 조물락거리려는 마인드도 변하고 있다. 아니 변한다기 보단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되고 만 것이다.

블로그의 영향력은 소수에서 나오지 않는다. 숏해드가 아닌 롱테일에서 나와야 한다. 이번에는 트래픽적 숏해드에 있는 몇몇 사람들이 철퇴를 맞았지만, 아직 그 뒤에는 수많은 롱테일이 있다. 숏해드가 힘을 잃었으니 이제야 블로고스피어에 롱테일의 위력이 돋보일 시기가 아닌가 싶다. 더 많이 고민하고, 토론하고, 사랑하자! 

<같이 읽어보면 좋은 글>
파워블로그 사태, 규제보다 가이드가 필요하다  http://ringblog.net/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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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관계관리에 대해 한마디... http://sun0.pe.kr/tt/696


Posted by 이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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