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하다보면 잘되는 블로그는 "꾸준히"라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전제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들어 많은 블로거들이 새롭게 생기고 기존에 블로거들은 하나씩 사라져간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되어 왔지만, 그 추세가 좀 더 빨라졌다고 느껴진다. 새롭게 생기는 블로거들의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만큼 블로그를 그만두는 블로거들의 증가 속도도 현저하게 빨라지고 있다. 

최근 티스토리의 서버가 불안하여 몇몇 분들이 티스토리를 떠나기도 하고, 아예 블로그를 접기도 했다. 어떤 블로거분은 인생의 활력을 찾았다며 블로고스피어에 발을 담가 중독되어 있기도 하다. 또 어떤 블로거는 매일 행사에 참여하고, 바쁜 일정으로 하루 하루를 행복한 비명을 질러가며 살고 있기도 하다. 또 다른 블로거는 자아도취에 빠져서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기도 한다.

블로그에 집착할 때


블로그를 하다가 사람들이 많이 방문을 한다던가, 내가 쓴 글이 이슈가 된다던가, 마케팅 건이 들어왔다던가, 애드센스 금액이 크게 들어왔다던가, 어떤 의미있는 아웃풋을 기대 이상으로 많이 내었을 때, 혹은 그럴 기미가 보일 때 블로거들은 흥분하게 된다. 좀 더 하면 될 것 같아. 좀 더 하면 대박 날 것 같아 등등...

하지만 여자도 돈도 블로그도 집착하면 지치기 마련이다. 몰입은 필요하지만 집착은 소모적이고 그 후폭풍이 더욱 무섭다. 블로그에 몰입한 사람은 블로깅을 즐기지만, 블로그에 집착한 사람은 경쟁의 게임에 빠져 신경쇠약에 걸리고, 블로그 자체가 엄청난 무게감으로 다가오게 된다. 특히 국내 블로그의 경우는 포탈에 의존성이 매우 강하다. 컨텐츠가 유통될 수 있는 채널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긴 하지만, 포털의 트래픽 폭탄은 그 어떤 채널보다 강력하고 영향력이 있다. 하지만 포털은 소수의 사람에 집중시킬 수 밖에 없다. 공간이 제약적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수가 가장 적당하게 트레픽을 나눠줄 수 있는 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소수에 들기 위해 혹은 그 소수에서 빠지지 않기 위해 블로거들은 신경쇄약에 걸리게 된다. 

나는 이렇게 너를 사랑하는데, 너는 왜 나를 사랑하지 않니? 사랑에 집착할 때 이런 질리는 멘트가 나오게 된다. 블로그를 위해 내가 이렇게 많이 투자하고 사랑했는데 고작 너는 내게 이것 밖에 못주니? 혹은 블로그에 글을 이렇게 잘 썼는데 포탈에서 나를 배신해? 등의 미저리형 블로거가 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블로그에 지쳐갈 때


그러다 어느 날 검색엔진에서도 제외되고, 포탈에서도 물갈이가 이뤄지고, 조회수는 점점 줄어가며, 과거의 영광만 커질 때 블로그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다. 아니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만 같기 때문일까.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어차피 경쟁의 게임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블로거들이 영향력을 갖춰가며 주목을 받으면 그 블로거가 받는 혜택에 대한 질투심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다 그 격차가 점점 커지면 이제 질투심은 이내 상실감 혹은 박탈감으로 다가오게 된다. 

블로그에 글을 하나 쓰는 것이 버겨워지고, 이거 써서 뭐하나라는 생각이 글을 쓰기도 전에 먼저든다면 곧 블로그를 그만둘지도 모르겠다. 블로그에 지쳐가는 것은 집착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에너지를 모두 불태워 버렸기에 다 타버린 재만 남게 되는 것이다.

블로그는 블로그다.


참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게 당연한 말이 진리일 때가 많다. 우선 블로그는 돈이 아니다. 블로그로 돈을 얼마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직장을 구하던가 창업을 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그러나 블로그를 돈으로 보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최근 블로고스피어에 들어오는 사람들 중에 블로그로 돈을 벌기 위해 들어온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썰물처럼 빠져나갈까봐 걱정이다. 블로그를 통해 돈을 벌 수 있으나 블로그의 목적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는 순간 집착과 지침이 다가올 것이다. 

블로그는 미디어가 아니다. 블로그를 미디어라고 정의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블로그의 수많은 이펙트 중 하나일 뿐이지 블로그가 미디어라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객관적이지도 않고, 윤리도 없는 곳이 블로고스피어이다. 그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인데 워낙 자신의 생각을 주관있게 말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블로그가 기존 미디어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을 뿐이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1인 미디어가 되려고 한다면 그 역시 집착과 지침이 다가올 것이다. 대중을 선도하는 것은 블로그 집단, 즉 블로고스피어이지 개인 블로그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블로그를 블로그가 아닌 다른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어찌 되었건 블로그는 블로그다. 내 생각을 적고, 일기를 적어가는 것. 공개된 일기장이라고 하지만 그보다 더 수동적인 개념이다. 블로그엔 비공개 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공개하고 싶은 글만 공개하고, 발행하고 싶은 글만 발행할 수 있다. 비공개로 해 둘 수 있고, 네이버의 경우는 이웃들에게만 글을 공개할 수도 있다. 모든 글을 비공개로 한다면 그 어떤 일기장보다 보안이 잘 유지된 일기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로그는 그 말대로 로그. 기록하는 것이다. 나를 기록하는 것. 혹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기록하는 것. 무엇이든 기록하여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속에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 블로그이다. 블로그가 블로그 됨을 강조하는 이유는 블로그를 오래하기 위해서이다. 블로그가 무엇인줄 알아야 블로그를 제대로 할 것이고, 그래야 지속적인 블로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치지도 않고, 집착하지도 않기 위해서 말이다.

블로그를 즐겨보자. 몰입하여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적어가보면 그리 어렵지도 않고, 꾸준히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다. 블로그를 오래하는 블로거들, 블로그를 즐기는 블로거들이 많이 나와야 블로고스피어가 지속되고 건강하게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블로거다.  
Posted by 이종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