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정말 많은 고민들을 했다. 블로그 마케팅은 결국 블로그 알바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광고주들의 입맛에 맞춘 컨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러면서 블로거들의 자유로움을 보장해 주어 블로고스피어 전체를 신뢰라는 단어로 브랜딩을 할 수 있을까 말이다.

지금으로서는 광고주의 입맛을 맞춰주는 수 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타협점을 찾아가야 하는 피곤함으로 인해 블로그 마케터로서 정체성이 흐릿해지곤 했다.

보통 블로그 마케팅의 과정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광고주는 네이버 외에는 이 세상에 인터넷이 없는 줄 알고 있다. 그리고 블로그라는 것을 처음 들어보았다. 그래서 대행사를 끼고 대대행을 주거나 대대대행을 주어 인터넷에 광고를 하려 한다. 그들이 원하는 목적은 하나의 키워드로 얼마나 많은 페이지를 장악할 수 있느냐이다. 그리고 네이버 파워블로그 표 딱지를 무한 신뢰한다. (네이버 파워블로그를 폄하하는 것이 아님- 광고주의 단무지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포털 메인에는 얼마나 자주 뜨는지, 노출수는 얼마나 되는지 그런 것들을 매우 중요시 여긴다.

그리고 블로거들이 글을 쓰면 감놔라 배놔라 한다. 경쟁 업체에 대한 말이 언급되기라도 하면 가차없이 빨간펜을 그어버린다. 대행사의 역할은 이 빨간펜을 잘 풀어서 블로거들의 심기가 불편하지 않도록 수정을 요청하는 것이다. 광고주와 싸워보기도 하지만 그들의 논리는 돈주고 대행 시키는데 이 정도는 당연히 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고, 돈을 받고 대행을 해 주는 입장에서 애매한 입장이 되어버린다. 그 다음부터는 광고주에게 휘둘리며 혹은 광고주에 미리 쫀 대행사들에게 휘둘리며 이리 저리 머리채를 잡힌 채 끌려다니게 된다. 

이런 과정을 수차례 겪고 나면 블로거와 광고주의 미묘한 교집합을 형성하게 되고, 합일점을 찾아내 글을 발행하게 된다. 이것이 온라인 마케팅의 현실이고 이것이 싫으면 블로그 마케터를 하지 말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상적인 블로그 마케팅

저번에도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기업블로그 분석] - 블로거가 알바생인가? 한심한 작태의 광고주들) 그리곤 몇몇 사람들이 댓글로 그럼 이상적인 블로그 마케팅을 제시해보라고 했다. 난 고민을 했다. 과연 이상적인 블로그 마케팅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블로그 마케팅은 이런 모습이다. 블로그는 자유롭게 글을 쓴다. 그 제품에 대한 혹은 서비스에 대한 자유로운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 글에 대해 호평이든, 혹평이든 기업은 블로거에게 글을 쓴 글에 대한 댓가로 돈을 지불한다. 블로거가 쓴 모든 글은 가치를 가지고 있고, 기업은 바이럴 되었기에 그에 대한 댓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악평에 대해서는 어떻하냐고? 제품이 정말 나쁘다면 애초에 블로그 마케팅을 시도하면 안된다. 마케팅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죄이다. 불량 제품을 최고의 제품이라 말하는 것은 사기니 말이다. 하지만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면 제품에 대한 호평이 나올 것이고 혹평이 나온다면 그것은 소비자의 니즈인 것이고 수정되어야 할 부분인 것이다. 좋은 제품임에도 제품에 대해 욕을 하는 블로거들이 있으면 어떻하냐는 기우는 블로거들이 알아서 심판하고 처리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찌질한 그런 블로거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현재 100%의 블로거들이 이 제품은 좋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는 100% 믿을 수 없는 현실처럼 말이다.

즉, 좋은 제품에 대한 혹평이 나왔으면 그에 대한 충족을 시켜주어야 할 것이고, 대처를 투명하게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블로고스피어 속에서 다시 바이럴을 타고 흘러갈 것이며 기업의 이미지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좋아질 것이다. 그 제품에 대한 매출 또한 급증할 것임은 당연하다.

그건 이상에 불과해!


그렇다. 나의 이 이상적인 블로그 마케팅에 대한 생각은 그저 이상에 불과하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아무리 블로그 강사를 하며 소리지르고 다니고, 블로그 책을 내서 만인에게 교육을 시켜도 도저히 바뀔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에 순응하고 바뀔 수 없음에 포기해 버리고 만다.

나 또한 블로그 마케터로 일한지 3개월만에 그렇게 될 뻔 했다. "뻔"했다. 오늘 참으로 신선한 경험을 했다. 광고주를 만났다. 나는 처음부터 당연히 블로거들의 혹평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지 1,2,3안을 제시했다.

"블로거들이 참여했을 때는 일부러 기업을 골탕 먹이려는 심산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업에 애정을 가지고 좀 더 제품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글을, 그리고 소비자들이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열정을 가지고 리뷰를 쓰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단점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1,2,3안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도 이골이 나서 1,2,3안을 만들어내었다. 그러자 광고주의 의사결정권자가 말했다.

"그렇게 할거면 직원들에게 쓰게 하지 뭐하려 블로거들에게 돈들여가며 글을 쓰게 합니까?"

잉? 뒷통수를 꽝!하고 때리는 느낌이었다. 그 의사결정권자는 이렇게 말했다.

"제품에 분명 사람마다 느끼는 단점도 있을테고 그런 의견을 듣고 반영하고자 하는 것이 이번 블로그 마케팅의 목적이 아니었습니까? 우리는 블로거들의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난 그 분이 갑자기 존경스러워지기 시작했고, 그만큼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졌다. 이건 해도 안되는 일이라고 스스로 포기해가려 했을 무렵 느낀 최초의 충격이었으며 누구도 이상적인 블로그 마케팅에 대해 현실적이라 말해주지 않았을 때 들은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난 그 기업이 앞으로 대성할 것이라 믿는다. 바로 그것이 해결책이었다. 블로그 마케터는 절대로 이 시장의 관습과 폐습을 바꿀 수 없다. 그것은 그저 블로그 마케터의 이상일 뿐이다. 하지만 의사결정권자가 그 이상을 꿈꾼다면 더 이상 이상이 아닌 현실이 되는 것이다.

참으로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고, 당연하지 않은 것이 당연시 되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제품을 보고 느낀대로 쓰는 것은 돈을 받고 쓰기 때문에 당연히 안되는 것이고, 돈을 받고 쓰면 모든 글을 다 돈 준 사람의 입맛대로 좌우되어야 한다는 어이없는 관습 말이다.

그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는 블로거가 자연스런 의견을 펼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듯 이야기했다. 당연한 것이다. 그런 자세가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제품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라 생각한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여론을 컨트롤 하려 한다. 나쁜 이야기가 나갈까봐 노심초사 걱정하고, 다른 제품과 비교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이미 의사결정권자부터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조그만 혹평에도 쌍심지를 키고 글을 쓴 블로거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다. 수많은 금칙어와 가이드라인을 잡아 놓고 그 틀안에서 글을 뽑아내려 한다.


제품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권자는 혹평에 대해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고, 의사결정권자가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에 그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들 또한 동일한 마인드로 투명한 마케팅을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그 블로그 마케팅은 비용 대비 최고의 효과를 낼 것이고, 앞으로 더 많은 블로거들이 그 기업에 애정을 가지고 다양한 바이럴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상한 마케팅, 이상적인 마케팅

난 여전히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고, 이상한 마케팅은 당분간 계속 될 듯 싶다. 하지만 난 항상 이상적인 마케팅은 결코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라 생각한다. 블로그를 통한 효과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신뢰"이다. "신뢰" 속에 블로그의 정체성이 확립되고, "신뢰" 속에 블로그의 효과는 배가가 된다. 그리고 그 "신뢰"가 시작되는 포인트는 바로 의사결정권자의 제품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의사결정권자분들이여!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가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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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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