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공부를 준비 중인 지인에게 블로그를 알려주었다. 블로그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모니터링 및 여러 조언도 해 주었다. 하지만 1달도 되지 않아서 블로그를 접고야 말았다. 왜 블로그를 접게 되었는지 궁금하여 물어보았다. 이유는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공부와 병행하다보니 공부도 안되고 블로그 글도 잘 안써져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나는 블로그 전도사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블로그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블로그를 지금까지 잘 운영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 책을 보고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지속적으로 하여 블로그로 꿈을 이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손에 꼽을 그 분들을 위해 이 책을 쓰려 한다. 수년간 블로그에 대해 알리며 느낀 것은 블로그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블로그를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그리고 그것들을 감당할 수 없다면 블로그를 시작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블로그를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10가지를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블로그를 하려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블로그에 글도 쓰고, 댓글도 남기고, 관리를 하려면 하루에 일정 부분의 시간을 떼어서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정한 돈이 나온다거나 꿈이 바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떤 것도 보장되지 않는다. 블로그를 하다가 허송세월을 보낼 수도 있다. 차라리 그 시간에 게임을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2. 매일 글을 써야 한다. 

하루도 빼 놓지 않고 글을 써야 한다. 최소한 매일 글 쓰기는 1년 이상 해야 한다. 365개 이상의 글을 1년안에 써야 한다는 뜻이다. 글도 잘 못쓰는데 300개가 넘는 글을 매일 쓰라고? 그 정도 글을 쓸 자신이 있다면 작가로 데뷔하겠다. 

3. 욕을 먹을 수도 있다. 

블로그를 하는데 욕까지 먹는다고? 실제로 그렇다. 나도 욕을 엄청 먹었다. 블로그를 하면서 욕을 먹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내가 그만큼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자신의 의견을 주관적으로 작성하는 곳이다. 그래서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될 수 있다. 그것이 극단적일 경우 언어 폭력을 통해서 표현하기도 한다. 

4. 지식을 총동원해야 한다. 

블로그에 글을 쓰려면 내 지식과 경험을 총 동원하여 엑기스를 공개해야 한다. 음식점에서 음식에 대한 노하우를 공개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내 노하우를 모든 사람 (심지어 경쟁 상대에게도)에게 공개해야 한다. 그러고도 욕을 먹을 수도 있다. 

5. 공부를 해야 한다. 

내가 아는 것이나 경험한 것만 적는 것이 아니라 공부도 해야 한다. 글을 쓰는 분야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야 하고, 사진도 공부를 해야 하지만 HTML이나 CSS같은 프로그램 언어도 공부해야 하고, 동영상 제작 방법도 공부해야 하고, 검색엔진의 원리도 공부해야 한다. 나아가 소셜네트워크에 대해서도 연구해야 한다. 공부할 것이 산더미처럼 많다. 

6. 글을 읽어야 한다. 

책도 안 읽는데 무슨 글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 블로그를 하려면 다른 사람의 블로그 글도 보아야 한다. 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댓글도 달고, 그 글을 분석도 해야 한다. 그것도 매일 읽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말이다. 

7. 편법이 없다. 

블로그를 하면 방문객 수를 빠르게 늘리고, 얼른 유명해져서 돈도 벌고 명예도 얻을 수 있는 줄 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방문객 수를 늘릴 수는 있어도 방문객 수가 영향력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글만 잘 쓴다고 알아서 찾아와 글을 읽어주는 것도 아니다. 편법은 없다. 그저 꾸준한 시간을 들여서 글을 쓰고, 계속 공부하고 지식을 총동원하고 사람들과 사귀며 한걸음씩 나아가는 수 밖에는 없다. 

8. 평소에도 항상 블로그를 생각해야 한다. 

밥을 먹을 때도, 택배가 왔을 때도, 길거리를 걷다가도 블로그에 관련된 내용이라면 밥을 먹기 전이나 택배를 풀기 전에 사진을 찍어야 하고, 길거리를 걷다가 블로그 주제에 관한 아이디어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바로 기록을 해 두어야 하며,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블로그에 어떤 글을 써야 할지 항상 생각해야 한다. 

9. 방문객이 없을지도 모른다. 

글을 열심히 쓰고, 내 노하우를 다 알려주었는데도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좌절감을 맛볼 수도 있다. 혹은 매일 수만명의 사람들이 오다가 갑자기 수백명으로 줄어드는 공허함도 느낄 수도 있다. 처음부터 하지 않았더라면 전혀 받지 않는 느낌들일 것이다. 

10. 이 모든 것을 다 견뎌내고도 즐거워야 한다. 

위에 열거한 블로그를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들을 다 겪어도 즐거울 수 있어야 한다. 블로그는 애초에 재미있어야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을투자하고, 매일 글을 쓰고, 욕을 먹고, 지식을 총동원하고, 공부를 하고, 글을 읽고, 정도로만 걷고, 평소에도 블로그에 대한 생각만 하는데 방문객까지 없음에도 즐거워야 하는 것이다. 

이래도 블로그를 하고 싶은가? 블로그를 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이제 그만 닫길 바란다. 

Posted by 이종범
,